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혀온 ‘우체통거리 손편지축제’가 지난 31일과 1일 이틀간의 9년 차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지금, 축제의 성과보다는 정체성 상실과 성의 없는 관행적 추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군산 우체통거리는 지난 2016년 지역 상인들이 폐우체통에 직접 그림을 그려 상가 앞에 세우는 소소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이후 2020년 도시재생 우수사례 최우수상 수상, 2023년 전북 지역특화형 대표축제 선정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9회째를 맞이한 올해 축제는 그간의 화려한 성과가 무색할 만큼 총체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 지역 역사성과 접점 없는 ‘손편지’… 스토리텔링 부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축제의 핵심 테마인 ‘손편지’와 ‘우체통’이, 군산이라는 지역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맥락과 따로 놀았다는 점이다.
군산은 근대 역사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시임에도, 이번 축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편지 쓰기’나 ‘우체통 보수’ 수준의 피상적인 주제에 머물렀다. 군산만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지역 역사 자원과의 유기적 연결이 결여되면서, 방문객들에게 축제의 당위성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 천편일률적 체험·세 불리기식 연계… 관행적 행사 반복 프로그램
구성 역시 지역 상권이나 주변 문화 자원과의 연계가 미흡해 ‘따로국밥’식 행사에 그쳤다. 행사 기간 선보인 캐릭터 의상 체험, 버블쇼, 풍선아트 등은 타 지자체 행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인 이벤트에 불과했다.
사전 행사로 롯데몰 로비에서 진행된 손편지쓰기 대회나 시간여행축제 기간 중 실시된 100m 손편지쓰기 등 연계 사업 역시 공간적·테마적 유기성이 떨어져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단순 ‘세 불리기’식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매년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이 반복되면서 신규 콘텐츠 개발 의지마저 실종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5,900만 원 예산 투입… “초심으로 돌아가 재정립해야”
올해 축제에는 도비와 시비를 포함해 총 5,94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매년 집행되고 있음에도, 거리 내 꽃박스 보수나 명판 제작 등 일회성 경관 보완에 그쳐 실질적인 지역 상권 활성화나 주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역 문화 전문가들은 “우체통거리가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모델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우체통 모양의 구조물을 늘리고 편지를 쓰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군산의 역사적 배경과 우체통거리만의 구체적인 스토리 테마를 긴밀히 연결하고, 지역 상인과 주민이 실질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깊이 있는 콘텐츠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주도 성공 신화라는 ‘명성’에 안주한 채 알맹이 없는 행사를 반복하고 있는 우체통거리 축제. 10주년을 앞둔 지금, 축제의 존폐를 포함해 근본적인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론화와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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