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항의 대형 국책 사업인 ‘제2준설토 투기장’ 착공을 앞두고,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군산지역 낚시어민들이 생존권을 건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관할 관청과 시공사가 어민들과의 최소한의 소통조차 외면한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어민들이 배를 몰고 바다로 나서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군산낚시어선협회(회장 김태선)는 오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비응항 일대에서 소속 낚시어선 100여 척과 선장·선원 등 200여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해상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비응항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비응항을 출발해 금란도에 이르는 구간까지 거대한 선박 행렬을 지어 해상 시위를 벌인다.
이번 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과, 어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묵살한 관할 관청 및 시공사를 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다.
■ 5,476억 투입 대형 토목공사… “우리 바다 다 죽인다” 폭발한 어심(漁心)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조성공사’는 군산항과 장항항의 항로 및 유지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한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총사업비 5,476억 원(국비)이 투입돼 7부두 인근 해상에 총연장 5.33㎞ 규모의 호안(외곽호안 4.17㎞, 내부호안 1.16㎞)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현재 사용 중인 금란도와 7부두 투기장이 2028년이면 포화될 예정이어서 신규 투기장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체 완공 목표인 2029년보다 1년 앞선 2028년에 외곽호안을 우선 완공해 준설토 처리를 즉시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사 발주를 강행했다.
이번 사업은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추진되며, 2개 공구로 분할 발주되어 기본 및 실시설계 심의를 거쳐 착공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조성되는 투기장 예정 해상은 군산 낚시어선들의 핵심 영업구역이자 황금어장이다. 완공 후 2040년까지 이곳에 매립될 준설토는 약 3,862만㎥로, 이는 24톤 트럭 약 227만 대 분량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규모 주장이다.
협회 측은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둑을 쌓고 대형 트럭 수백만 대 분량의 흙을 쏟아부으면 갯벌과 어장이 완전히 파괴된다”라며, “낚시어선의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어민들의 생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라고 절규하고 있다.
특히 협회는 정부가 이러한 심각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어민들과의 단 한 차례의 사전 협의나 제대로 된 소통창구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사를 몰아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분통을 터뜨렸다.
■ 여의도 절반 면적 부지 확보 이면에 가려진 어민들의 눈물
정부는 2040년 준설토 수용이 완료되면 약 214만6,000㎡(여의도 면적의 약 50%) 규모의 항만부지가 새로 공급돼 이를 항만물류부지 등으로 활용해 항만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미래의 항만 부지 확보라는 장밋빛 환상 이면에, 지금 당장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피눈물이 가려져 있다”라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어민들은 이번 해상 집회를 시작으로 ‘투기장 반대 대책위원회’를 정식 구성하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물러섬 없는 집단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태선 군산낚시어선협회장은 “관계기관이 어민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충분한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분노한다”라며, “어민 피해가 없는 다른 지역으로 투기장을 옮기던지, 새만금 매립에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국책 사업 명분과 어민들의 생존권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국가 경제와 항만 경쟁력을 위해 준설토 투기장 건설을 무작정 멈출 수는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온 어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파국을 막기 위해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현실적인 해법(解法)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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