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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장애 제자들과 만든 일터…군산 ‘말통커피’

장애 교육·보육 넘어 자립 일터로 확장…40여 년 동행의 결실

유희순 대표 “함께 일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함께의 가치 강조

유혜영 기자(gstimes1@naver.com)2026-03-24 10:59:17



군산시 지곡동 열린터 어린이집 인근에 자리한 ‘말통커피’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수교육 교사 출신 유희순 대표(67)가 오랜 시간 제자들과 이어온 인연을 일자리로 확장하며 만든 이곳은, ‘함께 살아가는 일터’의 의미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말통커피’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의미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말통처럼 넉넉한 양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의미와 함께,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말이 통하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말보다 눈빛과 손짓, 배려가 먼저 오가며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어진다.    


◆ 40여 년 이어온 교육, 삶으로 이어지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 유 대표는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군산농아학교(현 군산명화학교)에 청각장애 교사로 부임하며 군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결혼과 함께 지역에 정착한 그는 40여 년 동안 교육과 보육 현장을 지켜오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쌓아왔다.


교사 자녀 돌봄을 계기로 보육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99년 남편과 함께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열린터 어린이집’을 개원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돌봄은 직업을 넘어 삶의 방식에 가까웠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자라야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 제자의 아픔에서 시작된 첫 번째 카페

유 대표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장애 청년들과 가까이 지내던 중, 한 제자의 아픔을 마주하게 됐다. 학교폭력을 겪은 뒤 갈 곳을 잃고 헤매던 제자를 보며, 단순한 돌봄을 넘어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 고민 끝에 장애 청년들이 편하게 머물고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첫 번째 카페를 열었다. 그곳은 ‘쉼터이자 일터’의 의미를 담은 공간이었다.  


당시 그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음식점과 체험공장 운영까지 시도하며 장애 청년들의 자립 기반을 넓히려 했지만, 손님과의 소통 문제와 인건비 부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카페는 결국 문을 닫게 됐다.       


◆ 다시 시작된 선택…“이번에는 끝까지 함께”

하지만 그 경험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졌다. 특수학교 교사 시절부터 40년 넘게 보호자로 인연을 이어온 제자와 다시 한 번 카페 문을 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지금의 ‘말통커피’다.


카페를 준비하며 함께 8개월 동안 바리스타 연습을 이어갔고, 그 결과 제자는 이제 어느 카페에서도 통할 만큼 실력을 갖춘 바리스타로 성장했다.  


현재 매장에는 청각·지적·지체·시각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조금 느리고, 누군가는 서툴지만 서로를 기다려주는 방식으로 하루가 이어지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함께 지켜낸 일터, 함께 이어가는 시간

이 공간의 의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유 대표가 수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직원들이 스스로 역할을 나누며 가게를 운영해낸 것이다.


“평소에는 사소한 것도 묻던 아이들이, 그때는 ‘걱정하지 말라’며 서로 도우면서 가게를 지켜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울컥했습니다.”


그에게 그날은 함께한 시간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였음을 실감한 순간으로 남았다.  


현재 유 대표는 암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가게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시력 저하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면접 자리에서 어린 시절 어린이집에 다녔던 아이가 찾아와 “저, 선생님 제자예요”라고 인사를 건넸을 때,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처럼 이곳은 그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이 이어지고 관계가 다시 만나는 공간인 것이다.    


◆ 협동조합 전환 준비…지속 가능한 일터로

현재 말통커피는 협동조합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이곳이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가족처럼 일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길을 선택한 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아이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특별할 것 없이 이어진다.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고, 서로의 속도를 기다리며 함께 가게를 꾸려간다. 말통커피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 보다 자세한 매장소개와  메뉴 등 다양한 정보는 하단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 하다. http://0634658214.ts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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