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 늪을 탈출해 간신히 2등급으로 도약한 군산시가 행정 신뢰 회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시는 과거 4년 연속 청렴도 4등급에 머물렀고, 최하위인 5등급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민선 8기 군산시 리더십은 조직 문화의 고질적 아킬레스건이자 내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소통 창구의 운영 방식을 전면 전환하며 청렴 등급 수성과 안착에 나섰다.
익명성 뒤에 숨은 부작용을 잡기 위해 기존 ‘익명토론방’을 올해 3월부터 ‘청원소통방’으로 변경하고, 닉네임제와 작성글 이력제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악성 루머가 대폭 줄어드는 등 조직 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반면, 익명의 순기능이었던 자유로운 소통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 ‘닉네임·이력제’ 도입의 빛과 그림자… 루머는 잡았지만 소통은?
시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직원들의 의견 수렴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익명성 기반의 소통 창구인 ‘익명토론방’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건전한 정책 제안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익명성에 숨은 원색적인 비난과 근거 없는 루머 유포 등 감정 배설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조직원 간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는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행정 신뢰도와 청렴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요인이 됐다.
이에 시는 올해 3월, ‘익명토론방’의 명칭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까지 대대적으로 손질한 ‘청원소통방’을 선보였다. 가명(닉네임)을 사용하되 작성글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환 운영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가면 뒤에 숨어 부정적인 여론을 무분별하게 확산하던 행태가 대폭 줄어들면서, 조직 내부를 좀먹던 ‘내부 총질’을 차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작성글 이력제가 도입되면서, 직급 체계가 엄격한 공직 사회 특성상 직원들이 평판 저하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꼭 필요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닫아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되면서 소통 창구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 과거 포털 ‘인터넷 실명제’ 폐지가 남긴 교훈
이러한 우려는 과거 대형 포털 사이트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딜레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해 포털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12년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정보 유출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는 완전한 실명 전환 대신 ‘닉네임제’라는 중간 지대의 대안을 택했지만, 이 역시 소통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 청렴 2등급 수성의 열쇠… ‘소통의 자유’와 ‘사후 책임’의 정교한 균형
결국 어렵게 올려놓은 청렴 등급을 유지하고 나아가 상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 전환된 청원소통방의 연착륙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는 악성 루머는 철저히 차단하되, 통제에만 급급해 건강한 내부 비판과 제안의 목소리까지 막아버린다면 내부 청렴도를 높이는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인사 투명성’과 시민들이 마주하는 ‘대민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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