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새만금 복합리조트 내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오픈 카지노) 유치’를 공식화하면서, 전북 정가와 지역사회가 다시 한번 거센 찬반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지만, 과거 무산됐던 전력이 있는 데다 법적·정치적 장벽이 워낙 높아 실현 가능성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예상된다.
■ 10년째 이어온 ‘새만금 오픈 카지노’… 김관영에서 이원택까지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를 들여오겠다는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관영 전 전북지사가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6년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포문을 열었던 핵심 현안이다.
당시 김 전 지사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를 모델로 제시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으로는 글로벌 대자본의 투자를 유인하기 어려우므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앵커 시설’을 앞세워 조 단위의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체류형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논리였다.
이 구상은 민선 8기를 거쳐 현 이원택 지사에게 그대로 계승됐다. 이 지사는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 내 선도복합개발용지(약 50만㎡)에 3,600개 객실과 쇼핑몰, 컨벤션을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 구상을 구체화하며, “내국인 카지노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새만금개발공사 역시 "관광객 유입과 숙박 소비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할 치트키"라며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 이재명 정부 출범과 3특 전략… 이원택 지사가 지금 꺼낸 이유
이원택 지사가 취임 일성으로 이 민감한 카드를 다시 꺼낸 배경에는 ‘정치적 타이밍’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카지노 공공 운영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 중 “호남 쪽에는 카지노가 없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며 수요 조사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이 지사는 정부의 이러한 기조와 연계해 이재명 정부 하에서 전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4극(極)’ 체제 이후, 전북이 포함된 ‘3특(특별자치도·특구)’ 중심의 차별화된 경제 정책을 준비 중인 만큼, 복합리조트를 전북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밀어 넣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현 가능성 가로막는 3대 장벽
그러나 이 같은 이 지사의 호기로운 청사진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첫째, 강원랜드의 독점 지위 유지와 타 지자체의 반발이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폐광지역법’의 보호를 받는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새만금에 오픈 카지노가 허용될 경우 강원랜드의 독점 체제가 깨지며 폐광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과거 김관영 전 지사의 법안이 폐기된 가장 큰 이유도 강원도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최근 제주도 역시 유사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철회한 바 있다.
둘째,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과 ‘사행성 조장’ 비판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개발 지연에 대한 성찰 없이 꺼내 든 사행산업이라는 막장 카드”라며, “도박 중독과 지역사회 해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 이득을 압도할 것”이라 경고한다. 아울러 잼버리 부지 등 수요가 불확실한 관광용지를 차라리 기업들이 원하는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대안적 지적도 뼈아프다.
셋째,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특별법 제정’의 난제다. 현행 관광진흥법 체제 안에서는 새만금 카지노 신설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회에서 ‘새만금특별법’이나 ‘전북특별법’ 개정을 통해 예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계파 논쟁을 피해 가야 하는 이 지사의 정치적 역량과, 사행성 특혜 논란에 엄격한 국회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내는 입법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첨단산업 대 관광·레저, 새만금의 미래는?
이원택 지사의 이번 제안은 단순히 카지노 하나를 짓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새만금 개발의 정체성’을 재규정하는 논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거점으로 굳어지던 새만금에 ‘대규모 글로벌 관광·레저 모델’을 결합하는 외연 확장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투자 의향을 가진 민간 기업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지만, ‘도박 도시’라는 오명과 타 지자체와의 전면전을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이원택 호의 몫으로 남았다. 민선 9기 전북도정이 이 촘촘한 장벽을 뚫고 ‘새만금 랜드마크’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군산타임즈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