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마주한 전북특별자치도의 민심이 거칠게 불타오르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메가 프로젝트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구상에서 전북과 새만금이 사실상 완벽하게 배제됐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패싱’을 넘어, 지역의 생존권을 짓밟은 ‘역대급 치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전북은 수도권 중심 개발에 치이고, 영·호남 불균형 속에서 경상도에 치이며 눈물을 삼켜왔다.
그러나 이제는 ‘호남권 공동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정작 호남 내부에서조차 광주와 전남에 철저히 밀리는 ‘4중 소외’의 굴욕을 맛보게 됐다.
■ 벼랑 끝에 몰린 전북, 마침내 완성된 ‘4중 소외’의 비극
전북과 새만금의 주인인 군산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이번 국책 프로젝트를 두고 폭발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마주한 절망적인 현실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구조적인 ‘4중 소외’로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1중 소외: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전체의 소외 ▲2중 소외: 영·호남 불균형에 따른 호남 전체의 소외 ▲3중 소외: 호남권 내부(광주·전남 중심)에서조차 철저히 밀려난 전북 소외 ▲4중 소외: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국가 첨단산업(반도체·AI) 육성 전략에서의 전북 최종 배제
대규모 투자 보고회가 화려하게 열린 광주, 충남 아산과 달리 전북을 위한 자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호남권 투자라 칭해놓고 정작 알맹이는 광주·전남이 독식하고, 전북에는 쭉정이만 쥐여준 꼴이다.
■ 최적의 입지, 완벽한 인프라 갖춘 새만금…‘눈 감은 정부’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와 지역 정치권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새만금이 반도체 및 첨단 산업을 유치하기에 그 어디보다 압도적인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산업 부지와 풍부한 공업용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항만·철도·공항이 하나로 결합된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 체계까지 갖췄다. 특히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목을 매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과 무탄소 전력(CFE) 기반 구축이 가장 용이한 ‘청정에너지의 메카’이기도 하다.
전북은 이를 바탕으로 ▲익산을 철도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정읍의 국가 연구기관 집적 단지를 활용하며 ▲새만금에 2027년 착공 예정인 현대자동차 AI 데이터센터 및 로봇 제조공장과 연계해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모든 입지적 강점과 연계 발전 제안을 철저히 묵살했다.
■ 이재명 정부의 ‘공염불 공약’… 이원택 지사 당선인 향한 원망
도민들의 분노는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지역 정치 지도자들에게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에 SNS를 통해 “지방 소외, 호남 소외에 이은 전북 소외라는 3중 소외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전북의 아픔을 언급하는 한편, “정치적 목적의 지역 갈라치기를 자제하라”며 대승적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영혼 없는 ‘립서비스’나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 예산’과 ‘대기업 유치’다.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전북 소외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대규모 국책 사업에서는 전북을 배제한 이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에 도민들은 “말로만 전북을 위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지역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인을 향한 칼날 같은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전북의 경제 대전환과 새만금의 천지개벽을 약속했던 이 당선인의 화려한 공약들은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염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거대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도지사에 당선되었음에도, 정작 전북의 미래가 걸린 초대형 국책 사업 하나 지켜내지 못한 무기력함에 비판의 수위는 극에 달하고 있다.
■ 새만금의 주인, 군산시민들의 폭발한 민심
특히 새만금의 진정한 주인이자 그동안 온갖 규제와 희망고문을 온몸으로 버텨온 군산시민들의 원망과 분노는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RE100 기반의 세계적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것이라 굳게 믿었던 군산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소룡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선거 때만 되면 새만금을 세계적인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표를 구걸하던 인간들이, 막상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니 광주·전남에 다 뺏기고 입을 꾹 닫고 있다. 말뿐인 위로도 싫고, 전북을 책임지겠다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깨어졌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발전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전북과 새만금은 또다시 철저한 낙오자로 전락했다. 허울 좋은 ‘호남권’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져 광주·전남의 들러리나 서고 있는 비참한 현실 앞에, 전북도민들과 군산시민들은 정부와 지역 정치권의 향후 행보를 분노와 매서운 눈초리로 끝까지 감시하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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