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이 있다. 습기가 밴 오래된 배수구와 벽 틈, 사람의 손길이 끊긴 골목 한켠, 그리고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적막한 방 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지만 누군가는 그 보이지 않는 곳을 묵묵히 들여다보며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지켜내고 있다. 군산에서 18년째 방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유)군산방역 박진봉 대표의 이야기다.
박 대표에게 방역은 단순히 해충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지켜주는 생활복지의 한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방역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 고독사 현장에서 시작된 ‘환경케어’의 시선
박 대표는 지난 2009년 방역업에 뛰어든 이후 군산 곳곳의 현장을 누벼왔다. 직업 군인 출신 특유의 책임감과 꼼꼼함으로 OCI 군산공장 방역을 10년 가까이 전담했으며, NIT·한화에너지·전북산학융합원 등 지역 주요 기업과 기관, 어린이집과 요양시설 등의 위생관리를 맡아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가 단순한 기술자를 넘어 이웃의 삶까지 바라보게 된 계기는 몇 해 전 마주한 한 고독사 현장이었다. 홀로 살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난 뒤 보름 가까이 지나 발견된 집.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에는 적막함만 남아 있었고, 특수 방역과 소독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며 “혼자 계신 어르신들이 얼마나 외롭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티고 계셨을까 하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그의 시선은 단순한 소독과 방제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생활환경까지 향하게 됐다.
◆ 깨끗한 환경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복지
현재 군산지역에는 40여 개 방역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전국 단위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지역 업체가 자리를 지켜내는 일도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취약계층 환경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기본적인 위생관리조차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케어 바우처 사업’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에 정기적인 방역·위생관리 서비스를 지원해 보다 안전한 생활환경을 돕자는 취지다.
박 대표는 “군산시와 지역 방역업체들이 함께 환경케어 사업을 운영한다면 취약계층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고, 지역 업체들도 안정적인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심은 이미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아동복지시설인 모세스영아원 등에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왔으며,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어르신 가정을 찾아 무료 방역 봉사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벌레를 없애줘서 고맙다는 말보다 적적한 집에 찾아와 말벗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더 자주 듣는다”며 “결국 방역도 사람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피는 일이 방역
여름철이 다가오면 그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해충 번식이 쉬운 배수구와 벽 틈, 습한 공간 같은 사각지대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방역은 단순히 눈앞의 해충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예방 활동”이라며 “누군가는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살펴야 시민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8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쓰고 싶다”며 “앞으로도 군산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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