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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지방선거 성지로 떠오른 ‘옛 군산역 도깨비시장’

도지사부터 시의원까지… 형형색색 유세 점퍼 물결

군산 지역구 선거전의 치열한 압축판 ‘최전방 격전지’

전성룡 기자(jsl021@hanmail.net) 2026-06-01 09:25:12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를 동시에 앞둔 마지막 주말인 31일 새벽 5시. 군산시 대명동 옛 군산역 광장 앞 도깨비시장(새벽시장)은 짙은 새벽안개 대신 각 정당을 상징하는 형형색색 유세 점퍼의 물결로 가득 찼다.  


쌀쌀한 새벽 공기를 뚫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선거 로고송과 “도와주십시오!”라는 절박한 외침이 시장 골목의 침묵을 깨우며, 군산 지역구 선거전의 치열한 압축판을 보여주고 있었다.  


옛 군산역 도깨비시장은 매일 새벽 5시부터 오전 8시 무렵까지 반짝 열리는 군산의 대표적인 야전(野戰) 장터다. 인근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수산물을 들고나온 상인들의 난전 수백 개가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이곳은 지방선거 투표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50대부터 80대까지의 중장년·고령층 유권자가 매일 아침 수백에서 수천 명씩 집결하는 곳이자, 호남 지역 특유의 ‘구전(口傳) 여론’이 싹트는 발원지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부터 시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에 이르기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잠을 잊은 모든 출마자가 가장 먼저 달려오는 ‘최전방 격전지’로 꼽힌다.  


▲ “한 표가 급하다”… 새벽 깨우는 밀착 유세

이날 도깨비시장 초입의 목 좋은 교차로를 선점하기 위한 각 후보 진영의 눈치싸움은 시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됐다. 날이 밝아 아침 7시가 되자 로고송 볼륨이 일제히 커졌고, 시장으로 진입하는 리어카와 손님들 사이로 후보들이 직접 뛰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와 군산시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큰 장인 만큼, 거물급 정치인들의 간절함도 남달랐다.


후보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대파를 다듬고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들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무릎을 꿇었다. 흙 묻은 상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맞잡으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이마에는 새벽이슬과 땀방울이 뒤섞여 흘렀다.  


▲ “바닥 여론의 발원지”… 새벽시장에 사활 거는 이유

정치 전문가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가 이처럼 새벽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 ‘여론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을 꼽는다.


이곳 도깨비시장에서 상인과 손님 사이에 오간 대화와 평가는 아침 9시 이후 군산 전역의 시내 중심가, 각 가정, 그리고 동네 경로당으로 고스란히 배달된다. 즉, 새벽시장의 표심을 잡는 것이 군산 전체의 바닥 민심을 장악하는 첫 단추라는 분석이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 조모(72·여)씨는 “선거철만 되면 새벽부터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다 찾아와 손을 잡아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도, “우리 같은 서민들이 새벽에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가야 나중에 딴소리를 못 한다. 말만 앞서는 사람 말고 진짜로 군산 상권을 살릴 사람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 본선방불케 하는 ‘새벽 정치 전쟁터’

새벽 도깨비시장에서의 유세전은 본선거 당일을 방불케 할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좁은 인도 위에서 동선이 겹친 선거운동원들끼리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거나, 상대 진영의 로고송 틈바구니에서 목이 터져라 이름과 정당, 기호를 외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오전 8시가 넘어가자 차량들이 몰리며 시장 주변은 최고조의 혼잡을 빚었으나, 후보들은 목이 쉰 상태에서도 메가폰을 놓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 한 명 한 명과 눈빛을 맞추며 간절함을 표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도깨비시장은 새벽이라는 특수한 시공간 속에서 유권자의 밀도가 가장 높게 형성되는 장소이자, 국회의원부터 기초의원까지 모든 선거 단위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곳”이라며, “옛 군산역 도깨비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벽 민심을 누가 가장 많이 담아가느냐에 따라 며칠 뒤 군산의 향후 4년을 이끌 지형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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