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골목상권 속에서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전북군산수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이훈구)은 바로 그들의 연대와 희망을 상징한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던 유통 구조의 벽을 ‘공동구매’와 ‘공동물류’라는 연대의 힘으로 하나씩 허물며, 지역 소상공인의 삶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이 조합은 군산지역 영세 소매업자들이 스스로 뭉쳐 만든 협동조합이다. 단순한 상품 공급 조직이 아니라, 골목상권의 생존을 지키고 자립 기반을 다지는 지역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유통자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함께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 연대의 결실… 조합원 917명‧연매출 150억 원 돌파
2024년 현재, 조합에는 900여 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150억2,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2021년 56억 원 대비 3년 만에 2.5배 이상 성장한 수치로,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연대가 곧 생존’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특히, 식당 부문 매출은 2021년 5,000만 원에서 2024년 35억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공급 품목도 120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나며, 조합 이용자 수도 6배 이상 증가했다. “예전엔 공급이 끊기면 폐업하거나 편의점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조합 덕분에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한 조합원의 말처럼, 이 공동체는 단순한 조직을 넘어 ‘희망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 ‘물류’만이 아니다… 정부-소상공인 잇는 가교로
조합은 단순히 물건을 공급하는 창구를 넘어, 정부 정책과 제도를 현장에 전달하는 ‘상생의 나침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안내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건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신규 조합원에게는 회비 면제와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 기반을 넓히는 한편, 경기·광주·대전 등 타 지역과 연계한 광역 공동구매를 통해 물류 효율화와 가격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 커지는 전기요금 부담… 태양광 도입 ‘절실’
그러나 조합의 성장이 곧 안정은 아니다. 가장 큰 위협은 급증한 전력요금이다. 2024년 조합 운영비 약 9억 원 중 2억500만 원(22.6%)이 전기요금으로 지출됐으며, 이로 인해 1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냉장·냉동 시스템 확충은 필수지만, 그에 따라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조합이 활성화될수록 취급 품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냉장·냉동 설비 역시 계속 확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합 측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문제로 인한 경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현재로선 조합 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루빨리 구축해, 높은 전기요금의 일부라도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작은 불씨, 함께 지켜야 합니다”
이훈구 전북군산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로 조합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즐거운 상황은 아닙니다. 지금의 속도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고 토로한다.
그는 “조합은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실험이자, 지금까지 없던 상생 모델이며,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군산시와 전북도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군산수퍼마켓협동조합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윤보다 생존을 더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을 지켜내는 동시에 지역민에게 양질의 제품을 가성비 있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전북도의 광역 지원 없이는 지금의 작은 불씨조차 꺼질 수 있습니다”고 거듭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현재 군산시의 인건비 일부 지원은 분명 도움이 되고 있지만, 전북도 차원의 광역적 지원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다시 말해, 현재 시의 지원만으로는 생존조차 어려운 실정이어서, 생계형 유통 자영업자의 자립을 위해 도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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