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름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군산시의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출범 초기의 찬사를 뒤로한 채, 민간 배달앱의 독주 속에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착한 배달앱’을 표방하며 소상공인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공격적인 마케팅과 촘촘한 서비스로 무장한 민간 플랫폼 앞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개 수수료 0%, 가입비와 광고비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선의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시장의 벽이 여실히 드러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배달의 명수’가 지금 그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2020년 3월, 산업·고용 위기 속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군산시가 선보인 ‘배달의 명수’는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희망이었다. 출시 초기 843개의 가맹점과 12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민간 배달앱의 공세와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배달의 명수’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낮은 인지도와 반복된 악순환
‘배달의 명수’는 많은 사람에게 낯선 이름이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하고 편리한 민간 배달앱을 주로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공공 배달앱은 외면받았다. 주문이 적다 보니 가게들도 굳이 입점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가맹점 수는 줄어들었다. 선택할 가게가 적어지자 소비자들은 다시 민간앱으로 돌아갔고, 주문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게다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불편, 부족한 이벤트 등 소비자 편의 요소가 부족해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민간 앱의 공세 속 ‘공공 앱의 한계’
민간 배달앱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배달의 민족의 다양한 할인쿠폰은 소비자 유인을 강화했고, ‘배달의 명수’는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다.
한 소상공인은 “배달의 민족에서 한 달 수익 200만 원 중 수수료와 광고비로 60만 원 이상 빠져나간다”며 “그래도 주문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쓴다”고 털어놨다. 결국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실질적인 매출이 나오는 민간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반면, ‘배달의 명수’는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이용 자체가 적다 보니 실질적인 매출 상승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상품권 사용처로 등록된 가맹점에서는 일정 부분 매출이 발생하긴 하지만, 이는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기보다는 기존 소비가 ‘형태만’ 바뀐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음식 배달 특성상 반복 이용 고객이 중요한데, 소비자 대부분이 학생과 청년세대가 주를 이뤄 익숙한 민간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지역화폐 유입 효과도 제한적이다.
◇공공앱의 이상과 현실
공공 배달앱은 애초에 ‘수익’보다는 ‘상생’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그 이상에 너그럽지 않았다. 소비자는 수수료보다 편리함과 혜택을 우선시했고, 소상공인들은 주문이 없는 앱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민간 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57.6%, 쿠팡이츠 35.5%, 요기요 7%로, 공공배달앱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전국 46개 지자체가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이지만, 비슷한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공공앱의 생존 조건
지금 필요한 것은 이상이 아닌 전략이다. ‘배달의 명수’가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때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7일, 군산콘텐츠팩토리 2층 회의실에서는 ‘공공배달앱 활성화 및 소상공인 상생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해춘 군산시의회 경제건설위원장을 비롯해 시의원, 군산시 관계자, 소상공인 대표 등이 참석해 ‘배달의 명수’의 현안과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지해춘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간담회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박지형 상권활성화재단 국장은 “공공의 선의를 담아 수수료 0%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배달의 명수’가 시장에 나왔지만,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라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한 해법이 오히려 또 다른 벽을 마주한 지금,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하다.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더욱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산시는 이와 같은 논의가 단순한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소비자 혜택 확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프로모션 강화 등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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