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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말연시와 경주 최부자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윤모 군산타임즈 회장/사회복지학 박사

기자(gstimes1@naver.com)2024-12-23 09:34:17

정윤모 군산타임즈 회장/사회복지학 박사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다.

 

여느 해 같으면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돕고자 하는 성금과 성품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각 기관과 단체에 답지했을 터인데 계엄으로 인해 정치․사회적인 불안과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올해는 그러하지 못하여 추운 겨울이 체감상 더 추워지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2024년 12월 18일 군산타임즈의 보도로는 ‘군산의 어느 행정복지센터에 주민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들고 온 작은 상자 안에는 오랫동안 정성껏 모아 온 것으로 보이는 지폐와 동전들이 담겨 있었는데 익명의 기탁자는 조용히 선행을 베풀고 싶은지 성함도 알려주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기부를 보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이웃들이 있음에 추운 겨울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많은 금액의 기부자들보다 소액 기부자들의 수와 금액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유롭지 못하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 부유층들의 냉담함에는 씁쓸하기도 하다.

 

경주 최부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부자다. 우리 속담에 3대 거지 없고, 3대 부자 없다 하였으나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의 전통을 이어온 최부자 가문은 그들만의 몇 가지 원칙이 있었으니 ‘가훈 육훈’이다.

 

육 훈을 보면 첫째,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정쟁에 휘말리지 말라는 교훈이다.

둘째, 재물은 만석 이상은 모으지 말라. 만석이 넘으면 소작료를 낮추어 사회에 환원토록 했으며,

셋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인심을 잃지 않고 여러 지방의 민심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넷째, 흉년에 논을 사지 말라. 남의 불행을 축재의 기회로 삼지 말라는 교훈이며, 다섯째, 며느리가 들어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 가문 여인들의 근검과 절약 정신을 강조한 것이었고,

여섯째, 사방100리 안의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주변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서 만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 여섯 가지의 원칙이 최부잣집의 제가(齊家) 철학이다. 이 최 부자는 전 재산을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학에 기부하고 고향을 떠났다 한다.

 

이 최부잣집의 가훈에 담긴 정신을 보면 로마 천년을 지탱해 온 정신인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혜택받은 자들의 책임, 가진자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로 풀이될 수 있다.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 전방에 나아가 싸우고 자기의 재산을 공공을 위해 환원했다.

 

굳이 옛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는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에는 영국의 앤드루왕자가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한국전쟁 때는 많은 미군 장성의 자제들이 참전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참전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의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한 일화도 자주 회자 되곤 한다.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어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정신들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며, 이들은 도덕적 의무만을 이행한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서 자기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대국을 이끌어온 강력한 리더십이 여기에서 나온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돈을 최상의 가치로 인식하는 천민자본주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이기적 영역을 지키기 위해 탐욕으로의 끝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돈으로 권력을 사들이고, 그 권력을 이용해 부의 획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자본주의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경제적 낭비이자 사회적 과시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로 인해 빈부 간, 학력 간,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사회공동체 의식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거나 한쪽으로 기울면 그 부작용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결국 자신이 피해를 본다는 불변의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갈등을 알면 그 사회의 문제점과 진단과 처방까지도 내릴 수 있기에

갈등은 사회를 읽는 유용한 코드이다.

 

모든 갈등은 기득권층의 노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 마음의 곳간을 열어야 한다. 자신들은 절제와 윤리를 갖춘 생활을 하면서 재물을 모아 흉년에 곳간을 열어놓고 일부러 자리를 피했던 최 부자처럼,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국가를 위하고 사회를 위해 자신의 가진 것을 내놓았던 유럽의 상류층처럼,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가져야 할 당연한 윤리를 자각하고 부의 사회적 환원을 이루어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고 갈등이 최소화되었을 때 기득권층이 존경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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