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모 군산타임즈 회장
2024년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사회단체에서는 연례행사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하며 기부 동참을 호소하고,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사랑의 온도계탑’을 만들어 기부할 때마다 온도가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때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오드리 햅번이다.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해보아야 하는 행동이 있다.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인데,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장면을 따라 하는 것이다.
또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커다란 선글라스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햅번스타일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라는 영화를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영화의 주인공이 오드리 햅번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은 오드리 햅번을 현대의 요정이라 불리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아름다운 여배우라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움은 나눔의 미학에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고,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당신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한 손은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을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등 오드리 햅번은 자녀에게 남긴 유명한 명언을 통해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녀 자신의 삶을 통해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다 생을 마감할 정도로 실천한 덕목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물질문명의 엄청난 혜택을 누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그다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나눔의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지만,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나눔에는 심리와 사회학적 배경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나눔과 기부를 왜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나눔의 효과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나눔과 기부를 함으로써 자신이 기쁘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다시 기부한다는 것이다.
나눔의 정신을 사회화한 대표적인 행위를 기부라고 할 수 있는데, 나보다 조금 어려운 이웃을 위해 피땀 흘려 모은 자신의 것 일부를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선진사회의 질서는 나눔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무리 복지가 잘 실현된 풍요로운 사회라고 할지라도 그 구성원 전체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기에 나눠 쓰는 길밖에 없다.
우리 지역에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습관’이라는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부자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폐지를 주워서 모은 꾸깃꾸깃한 돈 몇만 원을 복지관으로 들고 와서 부끄러워하는 할머니 ▲봉사단체에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들고 와서 내놓는 유치원 아이 ▲구두 닦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새까만 손으로 모은 돈으로 독거노인을 돕고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의 구두를 닦아 주는 아름다운 손길들 ▲봉사단체를 통해서 아니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물질을 기부하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면서 아름답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 지역사회도 존경받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행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투자의 귀재이자 기부왕인 워런 버핏은 “내가 해온 일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 초과분을 사회에 돌린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기부를 실행하는 보통사람들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싶고, 해외여행도 하고 싶을 것인데, 그런 욕구를 잠재우고 좀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면서 1%를 기부하면 100%가 행복해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은 ‘수표가 들어있어요(check enclosed')’라고 한다.
이는 미국의 시인 도로시 파커가 한 말로써 미국인들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보낼 때 가계수표를 넣은 편지봉투 위에 이 표현을 쓰는 데 어려운 사람과 나누는 그 따뜻한 마음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던 아이들이 우리의 작은 정성으로 목숨을 건지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그 뿌듯함을 무엇으로 바꿀 수 있겠나요?”라며,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던 세기의 미녀 오드리 햅번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우리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위라고 일컫는 '나눔과 기부'를 실천해서 아름답고 보람되며 행복한 인생이 되길 감히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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