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새만금’을 외치며 시작된 국책사업이 삼분된 전략 속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전북 새만금권 3개 시군(군산‧김제‧부안)은 각자도생의 유치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군산은 이미 입주 기업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춘 ‘즉시 가동 가능지’를 내세우며 국가산단 지정을 강력히 촉구했고, 김제는 수변도시와 제2산단을 들고 독자적 개발 노선을 천명했다. 부안은 서남권 해상풍력과 농생명용지 전환을 통해 RE100 산업단지 조성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쟁이 전략적 협업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있다. 각 시군이 ‘새만금’을 이름 앞에 붙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타 시군의 이익을 의식해 별도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공동 유치‧공동 이익 배분을 논의할 협의체조차 없다.
⦿ 행정경계가 만든 ‘개발분열’… 새만금 내전?
“새만금은 국가사업이고, RE100은 지역의 미래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현재 흐름은 ‘우리 지역 먼저’에 갇혀있다. 새만금이라는 거대 국책사업을 행정경계로 잘라 쓰는 건 재앙입니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이렇게 꼬집는다.
실제로 정부의 RE100 국가산단 선정 기준에는 ‘지자체 간 협력도’가 포함돼 있지만, 현재 군산‧김제‧부안은 별도의 용역, 별도의 로비, 별도의 전략을 구사 중이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갈등 중재자가 아니라 관망자에 머무는 점도 문제다. 이런 흐름은 지역 전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재부나 산업부가 보기엔 시군별 주장보다 ‘내부 균열’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라며, “오히려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3개 시군, 공통 기반은 충분… 문제는 ‘협력 인프라’ 부재
군산은 RE100 실증사업과 이차전지 기업 입주가 이미 진행 중이며, 김제는 수변도시 인근 30만평 부지를 확보했고, 부안은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한 에너지 자립형 단지를 구상 중이다. 즉, 새만금권 3개 시군 모두가 ‘각자의 강점’을 갖추고 있어, 이를 통합하면 국가 단위의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를 조율할 공식 협의체는 없다. 간헐적 TF나 보고회는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공동계획 수립기구, 이익배분 시스템, 정책대응 네트워크는 전무한 실정이다.
⦿ “RE100 공동협의체 만들어야”… 공존의 틀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새만금권 RE100 공동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 협의체는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입지별 역할분담 ▲공동 유치전략 ▲이익 공유 모델 ▲단일한 정부 대응창구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단순한 민관 협의가 아니라, 전북도‧새만금개발청‧군산‧김제‧부안이 공식 참여하는 ‘새만금 RE100 특별지역 개발위원회(가칭)’ 수준의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한 단지 유치가 아니라, 산업 전환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플랫폼이다. 이를 특정 시군이 독점하거나, 분할 경쟁으로 흘러간다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
⦿ “이제는 연대와 조정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세 시군이 각자 이익을 따지는 건 지역 정치를 보는 시민의 피로감을 키운다”라며, “지금 필요한 건 조정과 절제, 그리고 협력”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새만금청이 리더십을 갖고 공동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국가균형발전의 대표 사업인 새만금이 단순한 지역 이익의 수단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함께 성장하는 전북’ 모델을 설계할 마지막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칭 ‘새만금 RE100 공동협의체’를 통해 ▲RE100 산업단지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 ▲시군별 역할분담 및 입지 전략 조정 ▲공동 이익 공유 모델 마련 (세수, 일자리 등) ▲기업 유치 시 공동 인센티브 제공 ▲중앙정부 대응 통합 창구 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진다.
지금의 새만금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국가 전략 플랫폼’이다. 군산·김제·부안이 따로 외치는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하나의 목소리’다.
전북도와 새만금청은 지금이라도 RE100 산업단지를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중복투자와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통합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분열 속 경쟁은 망하는 길이고, 통합 속 경쟁만이 모두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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