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역의 찰보리가 ‘금(金) 보리’로 떠오르며 농업의 새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한때 외면받던 보리가 최근 몇 년 사이 가격이 급등하며 재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군산원예농협과 지역 농업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새로운 농업 가치 창출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군산은 미네랄이 풍부한 서해 간척지와 해풍의 영향을 받는 천혜의 환경 덕분에 보리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1995년 옥구읍 한 필지(0.4ha)에서 시작된 찰보리 재배는 2025년 현재 약 2,700ha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전북 전체 보리 생산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보리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60년대만 해도 쌀 다음가는 주식이었던 보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 기반이 약화되었고, 2012년 정부 수매 중단 이후 가격 하락과 판로 부족으로 재배 농가들의 어려움이 컸다. 귀리 등 대체 작물의 부상도 보리 산업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군산시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대표적으로 ‘꽁당보리축제’는 보리의 가치를 알리는 문화 행사로 성장했고, ‘군산 수제맥주 & 블루스 페스티벌’은 찰보리를 활용한 수제 맥주를 통해 소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군산원협의 선도적인 행보는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출시된 ‘군산짬뽕라면’은 산·학·관 협력의 성공 모델이다. 군산짬뽕라면은 군산찰보리를 주재료로 ‘속이 편한 라면’으로 입소문을 타며 현재까지 400만 개 이상 판매됐고, 보리 소비량도 150톤을 넘어섰다. 군산대와 군산시의 상징을 담은 이 제품은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어, ‘엄마손 찰보리 칼국수’와 ‘찰보리 초코쌀뻥’ 등 후속 제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가공식품 사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농업인과 농협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낸 성과로,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보리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5년 1분기 보리 가격은 70% 이상 상승했으며, 4월 기준 74.84%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상기후와 재배면적 축소 등의 영향도 있지만, 보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소비를 촉진한 지역 공동체의 노력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고계곤 군산원협 조합장은 “보리가 창고에 쌓여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변화가 감격스럽다. 이제는 보리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농업인을 위해 꾸준히 가공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군산지역은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찰보리의 재도약은 단지 한 작물의 성공이 아니라, 지역 농업의 체질 개선과 농협의 진정한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임직원의 의식 변화’에서 시작된 새농촌 새농협 운동은, 이처럼 공동체 중심의 협업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농업의 미래를 밝혀가고 있다.
※ 군산타임즈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