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버스를 탈 때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거든요.” 나운동에서 매일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근한다는 50대 시민 A씨는 말끝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출‧퇴근길마다 그는 도로로 내려가 차들 사이를 가로질러 버스를 타야 한다.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음에도, 버스가 제자리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류장은 있지만, ‘정류’가 없다. 도시 곳곳에서 시내버스가 정류장 외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고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버스가 정차해야 할 공간인 ‘버스 베이(bus bay)’의 기능 상실이다. 버스 베이는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공간이다. 보도와 인접한 차도를 확장해 버스가 정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물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주차된 차량들이 그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버스는 진입하지 못하고, 그대로 차도 한복판에 멈춰선다. 시민들은 바삐 달리는 차량 사이를 뚫고 탑승하거나 하차해야 하는 실정이다.
◎불법 주정차가 만든 ‘차도 정류장’
군산시 월명동과 나운동 등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월명동 인근의 정류장은 평일 낮에도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버스가 정차 공간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버스는 정류장을 비껴 서고, 시민은 차도를 밟는다. 승차 대기 중 차량에 접촉당하는 ‘사고 직전’ 상황도 더는 드문 일이 아니다.
나운동의 주요 간선 정류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배달 차량, 택배 차량, 심지어 자가용까지. 불법 혹은 무단 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정류장은 사실상 ‘차량 보관소’가 되고 있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같은 교통약자들은 도로 한가운데서 버스를 오르내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다.
단순히 불법 주정차 때문만이 아니다. 일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운행 시간 단축을 이유로 정류장 진입을 생략하고 차선 한가운데에 급히 정차하곤 한다. 이 경우, 승객은 정류장 표지판 앞에서 기다리다 전혀 다른 위치에서 멈춘 버스를 향해 위험하게 달려야 한다.
◎버스는 공공의 발, 행정은 어디에?
이 문제는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버스는 시민의 ‘공공의 발’이다. 공공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교통수단이라면, 정류장 주변의 질서 또한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자체의 대응은 여전히 미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종합 대책이다. ▲정류장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집중 단속과 즉시 견인 조치 ▲CCTV 설치 및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좁은 도로의 구조적 개선과 정류장 위치 재조정 ▲버스 운전기사 대상 정류장 정차 의무 교육 강화 및 위반 시 제재 도입 등 다각적인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정류장 인근 불법 주정차는 단순한 편의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임을 알려야 한다. 행정은 계도와 캠페인을 통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류장에 멈춰주세요!”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
단 한 명의 승객이라도 도로 한가운데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면, 그 정류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민의 안전이 무시된 정류장은 곧 행정의 무관심을 반영한다.
시내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누군가의 생계를 이어주는 길이고, 학생들의 등굣길이며, 어르신들의 병원길이다. 그런 시내버스가 ‘제대로 멈추는 것’부터 지켜지지 않는다면, 무엇이 공공인가. ‘정확히 정차하는 버스’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지금 이 순간도 차도 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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