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오히려 소외계층의 투표권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투표 편의 차량을 단 2대만 운영하면서, 최소한의 접근권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군산지역 요양시설 등에 거주 중인 다수의 어르신들은 “투표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공직선거법상 직계가족 외 제3자의 교통편의 제공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사실상 투표장 접근이 차단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투표할 의지가 있음에도 법과 행정의 틈새에서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거소투표’라는 제도적 대안은 있다. 그러나 신청 절차는 번거롭고, 관련 안내는 부족하며, 현장에서는 담당 인력조차 이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제도가 존재해도 실질적 접근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권리가 아닌 형식에 불과하다. 결국 소외계층 유권자 다수는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군산시선관위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편의 차량을 단 2대만 확보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형평성’을 이유로 차량을 요청한 요양원에조차 지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생색내기식 지원이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족이 아니라, 공적 책무에 대한 구조적 방기로 볼 여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사전에 이동약자에 대한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지원은커녕, 필요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능’을 넘어 ‘무책임’에 가깝다. 군산시선관위는 예산 부족과 이용 실적 저조를 이유로 들었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비용 문제로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편의 차량을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 사례를 빌미로, 선관위가 아예 지원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 대신, 사전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군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차량을 지원했지만 이용률이 낮고 예산도 부족해 이번에는 2대만 운용했다”라며, “형평성 문제로 특정 시설에 차량이 배정되지 않은 사유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공직선거를 총괄하는 기관의 태도로는 지나치게 안이하고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요양원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은 “투표에 꼭 참여하고 싶지만, 자녀가 동행해야 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이럴 때 선관위가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 한마디는, 누구의 참정권이 보장받고 누구는 배제되는지에 대한 우리 선거 시스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투표는 선택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이며, 그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 현장에서는 ‘투표할 수 있는 사람’만 유권자로 대우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참정권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는 지금, 그 책임은 유권자가 아닌 ‘선거를 관리해야 할 주체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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